집에서 뭔가를 끄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위층인 것 같긴 했는데 확실하진 않았고요. 소리는 벽이랑 천장을 타고 도니까 위에서 나는 건지 옆에서 나는 건지 저도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인터폰을 들었어요. 관리사무소에 말하면 그 집에 올라가서 얘기해 주는 건가 싶었는데, 그렇게는 안 됐어요. 대신 5분 뒤에 단지 전체에 안내방송이 나왔어요. 몇 동 몇 호라는 말은 없는 방송이었고요.
그런데 저는 그게 실패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느 집인지는 모르겠다고 먼저 말했어요
인터폰으로 제가 한 말은 이거였어요. "일단 위층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느 집인지는 모르겠다." 직원분은 알겠다고 하셨어요. 그게 전부였어요. 되묻지도 않았고, 확인해서 다시 알려달라는 말도 없었고요.
민원 넣는 법을 찾아보면 보통 증거를 모으고 어느 집인지 확인한 다음에 말하라고 나와요. 그 말을 그대로 받으면 확신 없는 사람은 입을 열면 안 되는 것처럼 읽히거든요. 저는 모르는 채로 말했고, 그냥 접수됐어요.
망설이지도 않았어요. 사실대로 말한 거니까요. 위층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는 건 제가 아는 만큼을 그대로 말한 거잖아요. 저 집을 혼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어느 집을 직접 언급한 것도 없었고요.
찾아보니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가 있긴 하더라고요.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관리사무소에 알리고, 소음을 낸 집에 소리를 멈춰달라고 권고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요. 다만 "할 수 있다"고 적힌 조항이지 관리사무소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리고 조항이 말하는 건 소음을 낸 그 집에 대한 권고인데, 저는 그 집이 어디인지를 몰랐고요.
차는 번호가 나오고 소리는 안 나오더라고요
전에 이중주차에 막혔을 때는 관리실에서 차주 동호수를 알려줬어요. 차는 번호판이 있으니까 몇 호 차인지 바로 나오잖아요. 그때 얘기는 이중주차에 막혔는데 기어까지 박혀 있길래, 관리실로 갔어요에 따로 썼어요.
소리는 그게 안 돼요. 저부터가 어느 집인지 모르는데 관리실이라고 알아낼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관리실은 같은데, 해줄 수 있는 게 달랐어요.
담배 냄새 때는 또 달랐어요. 그건 관리실이 손을 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거든요(화장실로 담배 냄새가 올라와요, 신고하면 막을 수 있을까?). 소음은 그래도 관리실이 뭔가 하는 쪽이었어요. 방식이 제가 생각한 거랑 달랐을 뿐이고요.
5분 뒤에 방송이 나왔어요
인터폰을 끊고 5분쯤 지나서 방송이 나왔어요. 층간소음을 조심해 달라는 내용이었고, 단지 전체에 나가는 방송이었어요.
관리실에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얘기 많이들 하잖아요. 저는 그 반대를 겪었어요. 말한 지 5분 만에 움직였으니까요. 물론 저희 단지 얘기예요. 단지마다 사람도 다르고 사정도 다를 테니 어디서나 이렇다고 말하긴 어렵고요.
저는 콕 집어서 하는 것보다 전체로 나가는 게 낫다고 봤어요. 그래야 주의를 주면서 경각심이 생기니까요. 한 집만 부르면 그 집만 잠깐 조심하고 말 텐데, 전체로 나가면 다들 한 번씩 자기 집 소리를 돌아보게 되잖아요.
지목을 안 하면 정작 그 집은 모르는 거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안 봐요. 소음을 내는 집은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방송이 나갈 만한 소리를 내고 있었으면 자기가 제일 잘 알거든요.
저는 지목당하는 쪽도 겪어봤어요. 아랫집에서 항의를 받은 날 얘기는 층간소음 항의받은 날, 어르신이 먼저 꺼낸 말에 썼는데요. 그날 제가 들은 것도 결국 조심해 달라는 말이었어요. 그 말이 저한테 안 통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고요.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봐요
방송이 언제부터 효과가 있었는지는 저도 딱 짚지 못하겠어요. 그날 바로 조용해졌는지, 며칠이 걸렸는지 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다만 지금은 간간히 소리가 나긴 하는데 예민할 정도는 아니고 생활소음 정도예요.
소리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에요. 그래도 저는 거기서 멈췄어요. 더 안 간 이유는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었고, 소리의 길이도 짧아서예요.
제가 안 댄 이유가 하나 있어요. 소리가 작아져서는 아니에요. 크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제가 본 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였어요.
층간소음 얘기는 대개 몇 데시벨이냐, 밤 몇 시냐로 흘러가잖아요. 저한테는 그 두 개가 잘 안 맞더라고요. 낮에 나도 30분씩 이어지면 신경이 곤두서고, 밤에 쿵 한 번 나고 끝이면 그냥 넘어가지거든요.
그래서 제 선은 이래요.
- 한 번 나고 끝나면 그냥 넘어가요. 사람 사는 집에서 소리 한 번 안 날 수는 없잖아요.
- 끊겼다 이어졌다 하면서 계속되면 그때 관리실에 말해요. 저도 그쯤에서 인터폰을 들었어요.
- 말한 뒤에 짧아지면 거기서 멈춰요. 소리가 다 사라질 때까지는 안 가요.
- 안 멈추고 계속 이어지면 다시 관리실에 얘기할 거예요.
멈추는 기준하고 다시 말하는 기준이 사실 똑같아요. 짧아지면 멈추고, 안 짧아지면 다시 말하는 거예요.
저는 여기까지만 가봤어요. 관리실 다음에 갈 수 있는 데가 더 있다는 건 아는데, 제가 안 가봤으니 아는 척은 못 하겠어요.
어느 집인지 몰라서 말을 못 꺼내고 있다면
그냥 말해도 될 것 같아요. 저도 모르는 채로 말했고 그대로 접수됐거든요.
말할 때는 어떤 소리가 언제부터 나는지만 말했어요. 어느 집인지 모른다는 것도 그대로 말했고요. 누가 잘못했는지 가려달라는 게 아니라 이런 소리가 난다고 알리는 거니까, 그 정도면 되더라고요.
관리사무소가 그 집에 올라가서 정리해 줄 거라는 기대는 조금 내려놓는 게 나아요. 제 경우엔 방송으로 갔으니까요. 그렇다고 그 방송이 아무 데도 안 닿은 것도 아니었고요.
소리가 완전히 없어지길 기다리면 끝이 없어요. 저는 짧아진 선에서 멈췄고, 다시 길어지면 그때 또 인터폰을 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