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려고 주차장에 내려갔는데 제 차 앞에 다른 차가 서 있었어요. 이중주차는 그러려니 했어요. 저희 단지도 늦게 들어오면 빈자리가 없어요. 그런데 그날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어요.
밀어보려고 했는데 기어가 박혀 있었어요
이중주차는 보통 기어를 중립에 놓고 세우잖아요. 그래야 막힌 차가 밀고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차는 기어가 들어가 있었어요. 밀 수가 없더라고요.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았어요. 출근은 해야 하는데 차는 안 움직이고 전화도 안 되니까 짜증도 나고 성질이 났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관리실에 얘기했더니 동호수를 알려줬어요. 그래서 그 집까지 올라갔어요. (동호수를 알려주는지는 단지마다 다를 거예요.)
차주가 나와서 "진동이어서 몰랐다"고 했어요. 변명 아닌 변명으로 들렸어요. 진동이라 못 봤다는 게 사실이어도, 남의 차 막아놓고 기어까지 넣어둔 사람이 먼저 할 말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됐고 차부터 빼시라고 하고 내려왔어요. 그러고도 지각했어요.
남의 집 문 앞에서 말을 꺼내는 게 어떤 건지는 저도 알아요. 저도 반대쪽에 서 본 적이 있어요. 아이 뛰는 소리 때문에 아래층 어르신이 저희 집까지 올라오신 적이 있거든요(층간소음 항의받은 날, 어르신이 먼저 꺼낸 말). 그때 어르신은 밤에 바로 오지 않고 다음날 낮을 골라서 오셨어요. 그날 아침엔 저한테 그런 여유가 없었어요. 지금 나가야 했으니까요.
단지 안에서는 도로에서 쓰던 방법이 그대로 통하지 않아요
이럴 때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지죠. 그런데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도로'는 아무나 지나다닐 수 있게 열린 길이에요. 아파트 단지 안이나 지하주차장은 여기에 안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길에서 하는 단속이나 견인을 단지 안에서 똑같이 기대하긴 어려워요. 단지마다 다르게 보기도 하니까 무조건 그렇다고는 못 하지만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결국 차를 뺄 수 있는 사람은 차주뿐이잖아요. 그 사람을 찾아주는 게 관리실이고요. 그래서 저는 관리실부터 가요.
막혀 있으면 저는 이 순서대로 해요
어디 정해진 건 아니고, 제가 하는 순서예요.
- 번호가 붙어 있으면 전화부터 걸고, 10분까지는 기다려요. 10분이 넘어가면 그건 좀 지나치다고 봐요.
- 한 번에 받으면 거기서 끝이에요.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걸어요. 한두 번 걸고 마는 쪽은 아니에요.
- 번호가 아예 없으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관리실로 가요. 막아놓고 연락할 방법도 안 남겼으면 기다려줄 이유가 없잖아요.
- 급하면 새벽이라도 관리실을 불러요. 새벽에 뭘 그러냐 싶을 수 있어요. 드문 일이긴 하지만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 날도 있잖아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 매번 같은 차면 그날 차 빼는 걸로 안 끝내고 관리실에 조치를 요청해요. 한두 번은 사정이지만 반복되면 습관이니까요.
관리실이 만능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얘기한다고 그때그때 다 해결되지는 않더라고요. 관리사무소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화장실로 담배 냄새가 올라와요, 신고하면 막을 수 있을까 글에 따로 적었어요. 그래도 저 혼자서는 그 차가 몇 호 차인지 알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관리실을 거치는 거고, 그다음은 저한테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중주차를 하는 쪽일 때 저는 두 가지를 꼭 지켜요
저도 이중주차를 해요. 급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늦게 퇴근하면 댈 자리가 없어서요. 그래서 이중주차한 차를 봐도 그것만으로 탓하고 싶진 않아요.
대신 두 가지는 꼭 지켜요. 기어는 항상 중립으로 놓고, 연락처는 늘 차에 비치돼 있어요.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렇게 해두니까 연락이 따로 오는 일이 없어요. 중립이면 저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자리가 부족한 건 저 혼자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파트 단지의 문제죠. 그런데 막아놓고 연락이 안 닿는 건 자리가 몇 개든 상관없는 얘기잖아요. 자리 없어서 그랬다는 말로 덮을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연락이 닿아도 미안한 기색이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 정도면 그러려니 하는데, "나갈 수 있잖아요. 제가 빼드려야 해요?"라는 말까지 들어봤어요. 그 정도면 같이 사는 사람 사정은 생각 안 한 거죠. 이중주차를 했다는 것보다 그 대답이 더 오래 남더라고요.
그럼 봐주는 경우는 없냐고 하면
없어요. 저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넘어갈 방법이 없잖아요. 대신 10분은 기다려요. 그 안에 연락이 닿으면 저도 별말 안 해요.
제일 걸리는 건 번호를 아예 안 남긴 경우예요. 번호가 없다는 건 알아서 하라는 말에 가깝잖아요. 기어까지 들어가 있으면 알아서 할 방법도 없고요.
시동 끄기 전에 한 번만
- 이중주차하고 시동 끄고 내리기 전에 기어가 중립인지 한 번 보세요. 저는 이게 제일 크다고 봐요.
- 연락처는 눈에 띄는 자리에 두세요. 번호 노출이 부담스러우면 안심번호를 쓰는 분들도 있고요.
- 우리 단지 관리규약에 주차 관련 조항이 있는지 한 번 보세요. 관리규약은 단지에서 알아서 정하는 거라 내용이 다 달라요.
- 막혔는데 번호가 없으면, 기다리는 대신 관리실로 가세요.
이중주차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저도 하니까요. 그날 아침에 제가 화가 났던 건 이중주차가 아니라, 기어가 박혀 있고 번호도 없었다는 거예요. 중립에 놓고 번호만 남겨뒀으면 서로 얼굴 볼 일도 없이 지나갔을 일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