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의 시선

정답은 없어도 지혜는 있으니까. 이웃과 부딪히는 순간들을 풀어가는 현실적인 방법과 지혜를 담아 보겠습니다.

화장실로 담배 냄새가 올라와요, 신고하면 막을 수 있을까?

화장실 환풍구로 올라오는 옆집 담배 냄새를 표현한 대표 이미지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훅 올라올 때가 있어요. 창문을 닫고 환풍기를 돌려도 잘 안 빠지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신고 한 번으로 딱 끊어내기가 어려운 문제예요. 집 안에서 피우는 것 자체를 법으로 강제로 막을 방법이 지금은 없거든요. 그래서 이 글은 '어떻게 이기느냐'보다, 뭘 할 수 있고 뭘 못 하는지, 그리고 저라면 어디까지 선을 긋는지를 적어볼게요.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먼저 공식 기준부터요. 공동주택관리법에 간접흡연을 다루는 조문이 하나 있어요(제20조의2). 이름은 거창한데 실제로 하는 일은, 발코니나 화장실에서 피워서 남한테 피해 주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것, 피해를 본 사람이 관리주체(관리사무소)에 알리면 관리주체가 그 세대에 흡연을 멈춰달라고 권고할 수 있다는 것,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정도예요. 벌금이나 과태료를 매기는 조항은 이 조문에 없어요. 그러니까 관리사무소가 할 수 있는 건 권고까지지, 강제로 못 피우게 하거나 돈을 물리진 못해요.

"우리 아파트 금연아파트로 지정하면 되지 않냐" 싶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곳은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같은 공용구역이에요. 집 안은 발코니나 화장실까지 포함해서 지정 대상이 아니에요. 그래서 금연아파트가 돼도 집 안에서 피우는 것까지 막지는 못해요. 그 공용구역에서 실제로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붙긴 해요(공동주택 공용구역은 5만원, 법에서 정한 상한은 10만원). 하지만 이건 '지정된 공용구역에서 피운 경우' 얘기지, 집 안에서 피워 냄새가 넘어온 상황엔 붙지 않아요.

집 안 흡연 규제와 금연구역 지정 범위를 비교한 공식 기준 카드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게 있어요. 층간소음이면 이웃사이센터(1661-2642)에 전화해서 측정도 받고 중재도 받을 수 있죠. (층간소음은 몇 시부터 조심해야 할까요 글에서 그 얘길 했었어요.) 그런데 담배 냄새는 이웃사이센터가 받는 업무가 아니에요. 거긴 층간소음 전담이거든요. 게다가 간접흡연은 층간소음과 달리 명확한 기준이나 측정 방법이 없어서,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법적 근거도 아직 없다고 해요. 층간소음처럼 전화 한 통으로 재고 중재해주는 창구가 담배엔 아직 없는 셈이에요.

그럼 피우는 사람이 잘못인 걸까

여기서부터는 사람마다 말이 갈려요.

피우는 쪽 얘기도 들어보면 이래요. "내 집, 내 베란다에서 피우는 건데 뭐가 문제냐. 밖에서 피우지 말라고 해서 집으로 들어온 건데, 그럼 대체 어디서 피우라는 거냐." 환기 통로가 낡아서 냄새가 새는 것까지 흡연자 탓이냐는 말도 나오고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받는 쪽 얘기는 이래요. "냄새가 우리 집으로 넘어오는 순간, 내 집에서 피운다는 말은 성립이 안 된다." 어린아이나 환자가 있는 집은 창문도 못 열고 화장실도 못 쓸 지경이 되면 그건 실제 피해거든요. 법이 없다는 이유로 무작정 참으라는 것도 좀 그렇고요.

저는 솔직히 받는 쪽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어요. 그래도 피우는 쪽 사정, "밖에서도 안 되고 집에서도 안 되면 어디서 피우냐"는 그 답답함은 이해가 가요. 이 문제가 쉽게 안 풀리는 게 그래서예요.

저도 담배를 피워요, 그런데 화장실로 넘어오는 연초는 다르더라고요

사실 저도 담배를 피워요. 전자담배지만요. 그래서 흡연자 입장을 아예 모르는 사람은 아니에요. 피우는 사람이 무슨 죄인이냐, 그 마음도 알아요.

그런데도 저는 집에서는 안 피워요. 그리고 화장실로 넘어오는 연초 담배 냄새는, 특히 애 키우는 집엔 이유를 불문하고 안 된다고 봐요. 제가 실제로 겪은 일이기도 해요. 화장실에 있으면 어디선가 연초 냄새가 올라오는데, 아랫집인지 윗집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아파트 화장실은 환풍 통로가 여러 집을 위아래로 하나로 꿰고 있어서, 어느 집 연기가 그 통로를 타고 우리 집 환풍구로 새어 나오는 구조가 많거든요. 그러니 "바로 아랫집이 범인"이라고 딱 짚기가 어려워요. 결국 저도 그때 관리실에 알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어요.

제 짐작이긴 한데, 요즘은 집에서 안 피우는 분위기가 꽤 잡혔는데도 집에서 피우는 분들은 "내 집에서 피우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저 제 추측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요. 저는 흡연자인데도 "집에서 피우는 건 내 자유"라는 말과는 거리를 두는 편이에요. 내 자유가 남의 집 화장실까지 넘어가면 그건 자유가 아니라 피해가 되니까요.

담배 냄새 나는 집 특정 여부에 따른 두 갈래 대응 카드

그래서 저라면 이렇게 해요

강제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단순해져요.

  • 어느 집인지 확실히 특정되면, 그 집에 직접 말해요. 대신 감정부터 앞세우진 않으려고 해요. "댁이 범인이죠" 하고 몰아붙이면 냄새 문제가 감정싸움으로 번지거든요.
  • 특정이 안 되면(대부분 이래요) 관리사무소에 알려서 계도를 부탁해요. 안내방송이나 게시문, 해당 세대 권고 정도는 해줄 수 있어요. 다만 강제력이 없다는 건 미리 알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해요. 기대만 컸다가 "왜 안 잡아주냐"고 관리사무소에 서운해지거든요.
  •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냄새라면 금연구역 지정을 검토해볼 수도 있어요. 세대 절반 이상 동의가 필요하고, 이건 어디까지나 공용구역 얘기예요. 집 안 흡연엔 안 통해요.

한 가지 조심할 건, 확신 없이 엉뚱한 집에 항의하는 거예요. 통로를 공유하는 구조라 냄새의 출발점을 잘못 짚기 쉬운데, 아닌 집을 범인 취급했다가는 냄새는 그대로고 이웃 사이만 상해요.

정리하면

담배 냄새 문제는 "신고하면 끝"이 안 되는, 강제할 손잡이가 거의 없는 문제예요. 그래서 저는 이걸 이기고 지는 싸움으로 보지 않으려고 해요. 다만 저 자신이 흡연자여도, 남의 집 화장실로 넘어가는 연초 냄새 앞에서는 "그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요. 특정되면 직접, 안 되면 관리사무소. 지금 제도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고, 그 선까지는 분명히 하는 게 제 방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