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히고 시작할게요. 저도 담배를 피워요. 전자담배지만요. 그러니까 이 글은 냄새 때문에 괴로운 쪽이 아니라, 피우는 쪽에서 쓰는 글이에요.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냄새가 약하고 금방 흩어진다는 얘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단지 구석이나 주차장 한쪽처럼 트인 데서 피우는 건 크게 상관없겠거니 했고요. 그런데 언젠가 지나가던 사람이 손으로 입이랑 코를 막고 걸어가는 걸 보고 나서, 그 생각을 좀 접었어요.
밖에서 피우면 정말 상관없을까
법 얘기부터 짧게만 할게요. 올해 4월부터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법적으로 담배에 들어가서, 금연구역에서는 일반 담배와 똑같이 못 피우게 됐어요. 다만 이건 따로 지정된 금연구역 얘기예요. 단지 안 화단이나 주차장 진입로처럼 금연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곳은 법이 아니라 각자 판단에 맡겨진 곳이고요. 오늘 하려는 얘기는 그쪽이에요.
흡연자 쪽에서 보면 실외라는 것만으로 마음이 좀 놓여요. 벽으로 막힌 데도 아니고 연기가 고일 데도 아니니까요. 냄새가 약하니까 사람 없을 때 잠깐 피우면 되지, 하는 계산도 자연스럽게 서고요. 그런데 막상 근처에 누가 있으면 은근히 눈치를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솔직히 흡연자 쪽 답답함도 있어요. 실내는 당연히 안 되고, 집에서 피우면 환풍구 타고 넘어간다고 하고, 밖에 나와도 여기서 피우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요. 단지 안에 흡연 공간이 따로 마련된 곳도 흔치는 않죠. 그럼 대체 어디서 피우라는 거냐는 말이 나올 만해요. 저도 그 마음 자체는 이해해요.
그런데 비흡연자 쪽 얘기를 들어보면 결이 꽤 달라요. 냄새가 약해도 거슬리는 건 똑같고, 오히려 달달한 향 자체가 더 싫다는 분들도 있어요. 담배 냄새는 담배 냄새라서 각오라도 하는데, 과일 향 같은 게 훅 들어오면 더 당황스럽다는 거죠. 실외라고 저절로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고요. 특히 공동현관 앞이나 좁은 통로처럼 피해서 돌아갈 수가 없는 데서 마주치면 불편이 훨씬 크다고 해요. "실외니까 알아서 참으라"는 말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아요.
피우는 사람은 자기가 내뿜는 냄새를 잘 못 느낀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저도 여기엔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요. 내 코에 약하게 느껴지는 게 남의 코에도 약하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구석에서 피우는데 코를 막고 지나간 사람
이런 일이 있었어요. 평일 초저녁이었는지 주말 낮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사람 잘 안 다니는 구석에서 피우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빠르게 걸으면서 손으로 입이랑 코를 막고 갔어요. 그냥 빨리 걷는 걸 제가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손으로 막는 걸 봤어요.
그 순간 좀 머쓱하더라고요. 사람 안 다니는 데라고 생각하고 골라 들어간 곳이었는데도 누군가는 지나갔고, 그 사람한테는 충분히 불쾌했던 거니까요. 냄새가 약하다고 제가 느끼는 것과 그 사람이 불쾌하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구나 싶었어요.
그렇다고 이 일 때문에 새로 정한 규칙이 있는 건 아니에요. 공동현관이나 주차장 입구처럼 사람이 꼭 지나가야 하는 곳은 원래부터 안 피웠거든요. 그런 길에는 어린아이나 아기가 지나갈 수도 있으니 웬만하면 구석에서 피우자고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날은 그 생각이 맞았구나 싶었던 정도예요.
저는 이렇게 피워요
거창한 원칙은 아니에요. 저는 그냥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장소를 골라요. 사람이 잘 안 다니는 구석에서 피워요. 제가 말하는 구석이 대단한 데는 아니고요.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에서 한쪽으로 비켜나 있고, 볼일이 없으면 굳이 발을 들일 일이 없는 곳이에요. 반대로 공동현관 앞이나 주차장 입구는 아예 후보에서 빼요. 거긴 그 동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든 반드시 밟고 지나가야 하는 길이잖아요. 거기서 피우면 피할지 말지를 상대가 고를 수가 없어요.
그런데 구석을 골랐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단지 안이 넓게 트인 곳이면 사람이 어디로 걸어올지 알 수가 없어요. 제가 구석이라고 생각한 곳 옆으로도 누군가는 지나가고요. 그래서 사람이 지나가는 그 순간에는 담배를 잠깐 내려요. 끄는 건 아니고, 물고 있던 걸 입에서 떼서 손을 아래로 내리는 정도예요. 그 사람이 지나가는 몇 초면 끝나고, 지나가고 나면 다시 피워요.
별거 아닌 동작인데도 해보면 차이가 있어요. 적어도 그 사람이 제 옆을 지나는 동안에는 연기가 그쪽으로 밀려가지 않으니까요. 제가 선택해서 피우는 건데 남이 코를 막고 피해 가야 한다면 순서가 좀 이상하잖아요. 그럴 바에는 제가 먼저 몇 초 비켜주는 게 맞다고 봐요.
아이나 아기가 지나갈 때는
아이나 아기가 보이면 훨씬 더 신경을 써요. 어른이 지나갈 때는 담배를 잠깐 내리는 선에서 끝내는데, 아이가 지나갈 때는 웬만하면 그 순간을 아예 피하려고 해요.
사실 제가 구석을 찾아 들어가는 이유 자체가 여기 있어요. 지나다니는 사람 중에 어린아이나 아기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어른은 저를 보면 알아서 방향을 틀 수도 있고, 좀 참았다가 지나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유모차에 탄 아기는 그런 걸 스스로 고를 수가 없잖아요. 아이 손을 잡고 걷는 부모도 마찬가지고요. 가던 길에 담배 연기가 있으면 그냥 통과하는 수밖에 없어요.
몸에 해롭다 아니다 하는 얘기는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에요. 저는 그냥 아이 데리고 지나가는 부모 마음만 생각해요. 저라도 그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담배를 물고 있으면 기분이 좋진 않을 것 같거든요. 그 정도 이유면 몇 초 참는 건 어렵지 않아요.
정리하면
전자담배를 피우신다면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건 세 가지 정도예요. 평소 피우는 곳이 공동현관이나 주차장 입구처럼 사람이 반드시 지나가는 길은 아닌지 한번 보는 것, 사람이 다가오면 몇 초만 담배를 내려두는 것, 아이나 아기가 보이면 그 순간은 아예 피하는 것이요.
담배 냄새를 맡는 쪽 이야기는 화장실로 담배 냄새가 올라올 때 신고하면 막을 수 있을까 글에 따로 적어뒀어요. 피우는 쪽에서 보이는 것과 맡는 쪽에서 보이는 게 꽤 다르더라고요.
저도 어디서 피우라는 거냐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밖이니까 괜찮다는 말은 잘 안 하게 돼요. 구석진 데를 찾고, 사람이 오면 몇 초 내리고. 지금 제가 하는 건 그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