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문 앞에 쌓이고, 유모차는 현관 안에 들여놓기 애매하죠. 분리수거 물품도 잠깐은 복도에 내놓게 되고요. 우리 집 문 앞 복도에 물건을 두는 것, 어디까지 괜찮은 걸까요. 법으로 보면 복도는 '피난시설'이라 물건을 쌓아두는 게 원칙적으로는 안 돼요. 그렇다고 잠깐 둔 것까지 다 걸고넘어지기도 어렵고요. 저는 '통행에 걸리느냐'를 기준으로 보는데,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게요.
법으로 보면 복도는 '피난시설'이에요
복도와 계단, 비상구는 화재 때 대피하는 통로예요. 그래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피난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두는 걸 금지하고 있어요. 어기면 같은 법 제61조에 따라 과태료가 나올 수 있는데, 흔히 '300만원'이라고들 하죠. 정확히는 300만원 '이하'예요. 상한이 그렇다는 거지 무조건 300만원이 나오는 건 아니고, 위반 정도랑 횟수에 따라 차등돼요. 소방서도 대개 안내방송이나 시정 요청을 먼저 하고, 반복되거나 안 치울 때 과태료로 이어지는 편이더라고요. 신고하면 곧장 단속·처벌되는 구조는 아니에요.
부과 대상도 법에는 '관계인'이라고만 돼 있어요. 소유자·관리자·점유자를 말하는데, 복도 같은 공용부는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하는 구조라, 물건 둔 사람한테 갈지 관리주체한테 갈지 경우마다 달라요. '물건 둔 입주민한테 무조건 과태료'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죠. 그리고 이런 건 단지마다 관리규약이 달라요. 우리 단지가 복도 적치를 어떻게 정해뒀는지는 관리사무소나 규약을 봐야 정확해요. 관리사무소가 남의 물건을 무단으로 갖다 버리는 것도 또 다른 문제라, 보통은 고지하고 유예를 두는 방향이고요.
"그럼 어디 두라는 거냐"와 "복도는 다 같이 쓰는 길"
이 문제는 입장이 꽤 갈려요. 두는 쪽에선 억울할 만해요. 무인택배함도 없고, 현관은 좁고, 유모차나 자전거는 둘 데가 마땅찮으니까요. 분리수거하려고 잠깐 내놓거나, 소파나 냉장고 같은 큰 물건이 배송 온 날처럼 진짜 잠깐인 상황도 있고요. 반대쪽에선 복도가 내 집 앞이어도 결국 다 같이 쓰는 길이자 대피로잖아요. 통행이 막히거나 냄새가 나는 게 신경 쓰이죠. 둘 다 맞는 말이라 저는 어느 한쪽만 편들긴 어렵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 일로 한바탕 했어요
솔직히 저부터도 '물건 둔 쪽'으로 몰려 본 적이 있어요. 쿠팡에서 시킨 택배가 서너 개 왔는데, 요즘은 기사님이 문 앞에 그냥 두고 가시잖아요. 물건을 정리해서 놔주시는 것도 아니고요. 그날도 그렇게 놓여 있었는데, 옆집이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택배 위치 똑바로 하라"고 언성을 높였어요. 통행에 크게 지장을 준 것도 아니고 제가 일부러 그렇게 둔 것도 아닌데, 대뜸 성질을 내니까 저도 짜증이 확 나서 한바탕 했죠. 지금 떠올려도 좀 억울해요.
그렇다고 제가 늘 깔끔한 이웃이냐면 그건 또 아니에요. 애를 키우다 보니 집 수납이 부족해서, 웨건에 유모차를 접어 넣어두거나 킥보드 정도는 현관 앞에 둬요. 그러니 저는 이 문제에서 완전한 피해자도, 완전한 가해자도 아니에요. 양쪽을 다 해본 셈이죠.
제 기준은 '통행에 걸리느냐' 하나예요
그래서 제가 잡은 선은 단순해요. 통행에 걸리지 않으면 어느 정도는 괜찮다고 봐요. 벽에 붙여 두고 사람이 지나다니는 데 문제가 없으면, 잠깐 둔 택배나 접어둔 유모차까지 야박하게 걸고넘어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반대로 통행을 막거나 오래 방치되면 선을 넘은 거예요. 친구가 사는 아파트 얘긴데, 누가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복도에 내놓고 잘 안 치운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건 냄새도 냄새지만, 오래 방치된다는 점에서 좀 심하다 싶어요.
어쩔 수 없이 둬야 할 땐 미리 한마디
유모차 정도는 그렇게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라, 저도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보진 않아요. 다만 통행에 불편을 준다면 얘기가 달라요. 그럴 땐 미리 이웃에 양해를 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둘 데가 없어서 며칠만 여기 두겠다"는 말 한마디가 있고 없고가 감정을 꽤 가르거든요. 제가 겪은 택배 일도, 옆집이 다짜고짜 성질내는 대신 한 번 물어봐 줬으면 서로 덜 상했을 거예요.
정리하면
복도 물건 문제는 '내 집 앞이니 내 자리'와 '다 같이 쓰는 길' 사이 어딘가에 있어요. 오늘 바로 해볼 만한 건 이런 거예요. 우리 집 문 앞을 보고 사람 둘이 지나갈 통행 폭이 남는지 확인해 보기. 우리 단지 관리규약이나 관리사무소에 복도 적치 기준을 물어보기. 그리고 잠깐이라도 둬야 한다면 옆집에 미리 한마디 건네기. 저는 물건을 두느냐 마느냐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걸리느냐 아니냐를 먼저 봐요.